공개SW는 국내 SW산업의 만병통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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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개SW 확대 정책과 쟁점

최근 정부는 공개SW를 확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지, 또, 어떤 쟁점이 있는지 살펴 보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2013년 예산안 작성 세부지침’을 개정 발표하면서, 공공 정보화 사업 시 공개 SW의 도입을 우선 검토하도록 하였다. 기획재정부는, 공공부문에서 공개 SW 적용을 확대함으로써 정보시스템 구축비용 절감, 외산SW에 대한 종속 극복 같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5월에는 지식경제부가 ‘공공부문 공개SW적용 지원센터’를 열고, 우수 공개 SW 발굴과 성능 비교, 공개 SW 도입 컨설팅 등 공공 정보화 사업 시 공개 SW 확대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 자리에서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공개 SW 확산으로 국내 SW산업의 기술 혁신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공공 정보화 사업 내실화와 함께 국내 SW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일조해 달라고 말했다. 또, 지식경제부는 6월, `공개SW 유지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개정 발표하고 정부 예산 편성 시 공개 SW의 유지보수비를 정액제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개 SW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유지보수 문제를 해결하였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부응하여, 6월 다수 언론사들과 함께 ‘공개SW 정보 확산체계 구축을 위한 공동노력 선언식’을 열고, 공개 SW를 활용하면 라이센스 비용이 절감되고 개발 기간이 단축되면서도 더욱 우수한 SW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8월에는 지난해부터 실시해왔던 공개 소프트웨어(SW) 개발과제 성과물이 상용화 된 지 6개월만에 총 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표1] 정부의 공개SW 확대 추진 동향

시기 주무부처 제목 내용
2012.4. 기획재정부 ‘2013년 예산안 작성 세부지침’ 개정 발표 공공 정보화 사업 시 공개SW 도입 우선 검토
2012.5. 지식경제부 ‘공공부문 공개SW적용 지원 센터’ 개소 우수 공개 SW 발굴과 성능 비교 등
2012.6. 지식경제부 `공개SW 유지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 개정 발표 정액제 유지보수비 책정 근거 확보
2012.6.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공개SW 정보 확산체계 구축을 위한 공동노력 선언식’ 개최 IT관련 언론사와 공개SW 공동 홍보
2012.8.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공개SW 개발과제 성과 발표회’ 개최 6개울만에 33억원 매출 실적 기록 홍보

공개SW를 확대 적용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개SW를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공개SW를 활용하면 외산 SW에 대한 종속을 극복할 수 있다. 셋째, 공개SW를 활용하면 국내 SW 산업 기술 혁신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국산SW 업체 종사자로서 또, 평소 국산SW의 글로벌화를 주장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공개SW 확대의 근거로 든 정부의 설명들은 반갑기 그지없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설명을 가만히 곱씹어 보면서 머리가 갸웃거려졌다. 공개SW는 과연, 비용 절감, 외산SW 종속성 해소, 국내SW산업 발전이라는 오랜 숙원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1석3조의 비책일까? 이러한 주장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 보자.

첫번째, 공개SW는 과연 비용 절감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공개SW는 공짜이고 라이센스비를 물지 않아도 되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답변을 한다면,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대답이다. 물론 당장의 라이센스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강력한 비용절감 요인도 되긴 된다. 그러나, 그것은 공개SW를 사용하려는 기업이나 조직이 공개SW를 사용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이다.

작년부터, 공개SW 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한 공공기관에서 최근 어떤 업무 시스템에서 사용하고 있던 외산 DBMS를 국산 상용 DBMS로 바꾸면서, 동시에 국산 상용 WAS를 공개SW로 변경한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성능 저하와 반복되는 장애로 애로를 겪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SW에 대한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많기로 유명하다. 만약 공개SW를 사용하려면, 스스로 장애를 처리하고 필요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거나, 전문업체의 기술 지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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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능력을 보유한다는 것은 기술 인력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문업체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매년 기술지원료를 내야 한다는 것인데, 공개SW에 대한 기술지원을 하는 업체들은 사용하고 있는 SW의 카피 수에 따라 과금을 한다. 그런데, 이런 비용이 상용SW를 구매하고 일정 금액의 유지보수료를 부담하는 것에 비하여 저렴한지 어떤지는 경우에 따라 각각 달라진다. 실제로 어떤 공개SW인 OS는, 보안패치 등을 받기 위해 매년 지불해야 하는 기술지원료가 또 다른 대중적인 상용 OS 라이센스 구매 비용의 70%를 넘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체로 2년째부터 공개SW에 대한 TCO가 상용SW의 경우를 넘어서게 된다. 또한, 통상적인 기술지원료의 지원 범위에 커스터마이징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커스터마이징을 원한다면 상용SW와 동일한 기준으로 투입 인건비를 지불해야 한다.

둘째, 공개SW가 외산SW에 대한 종속성을 해결해줄 것인가? 최근 한 공기업은 기존 상용 DBMS를 공개SW로 전환하면서, 80%에 달하던 특정 외산 DBMS에 대한 종속성을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때 사용한 공개SW는 유명한 공개 DBMS 커뮤니티에서 공개한 것이고, 이 커뮤니티에 개발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스폰서들은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이다.

[표 2] 주요 공개SW 커뮤니티 현황

공개SW 커뮤니티 주요 참여사
LINUX Linux Foundation IBM, HP, 인텔, 오라클, 구글, 트위터, 레드햇, 후지쯔, 지멘스, 시스코, 어도브, EMC, 델, 퀄컴, 삼성전자 등
JAVA Java Community Process IBM, HP, 엔텔, 오라클, 구글, 트위터, 레드헷, 후지쯔, 지멘스, SAP, 에릭슨, AT&T 등
Apache, Tomcat, Hadoop Apache Software Foundation IBM, HP, 구글, 트위터, MS, 야후, 페이스북, 시트릭스, AMD, VM웨어, 호튼웍스 등
Openstack The Openstack Foundation IBM, HP, 인텔, 레드햇, 시스코, 델, 시스코, 야후, NEC, AT&T, VM웨어, AMD 등

널리 알려진 거의 모든 공개SW는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공개된 것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개SW는 외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면, 공개SW의 사용이 외산 SW에 대한 종속성을 해결해준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공개SW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과 참여가 거의 없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공개SW가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개SW가 특정 외산 SW에 대한 종속성을 해결해준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외산SW의 종속성 문제 일반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공개SW 역시 국산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공개SW를 많이 사용하면 국내 SW산업이 발전할 것인가? 어떤 공공기관의 정보화 담당관은 우리나라에 공개SW 기술자나 전문업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공개SW 전문가와 전문기업이 많아지면 그만큼 우리나라 기술력이 올라가고 우리나라 SW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의 공개SW 전문가란 공개SW에 대한 기술지원 전문가를 일컫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약 공개SW 전문가가 공개SW를 만드는데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나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주장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는 응용기술과 원천기술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주장하는 공개SW 전문가는 원천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기술을 활용하는 용용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축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해당 제품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원천기술, 즉, CDMA나 GSM 같은 이동통신기술과 안드로이드 OS 같은 SW 기술은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사용할 뿐이다. 이에,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한대를 팔 때마다 적지 않은 금액의 로열티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안드로이드 OS의 경우 원천기술 소유자인 구글이 언제 상용화를 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주도권을 완전히 내어준 채 끌려 다니고 있다. 이와 같은 원천기술을 직접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금은, 원천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조차 알려진 바가 없다.

물과 식량, 에너지 같은 천연자원만이 미래의 국가 간 분쟁의 불씨이고, 자급자족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늘날 IT는, 그 중에서도 SW는 미래 국가 간 분쟁의 한 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은 특별한 소비재이자 생산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거의 참가하지 않고 만들어진 공개SW를 이용하는 기술만 쌓인다면, 원천기술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점점 퇴보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CDMA나 안드로이드OS의 경우에서 보듯이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공개SW를 만드는데 스폰서를 맡았던 글로벌 IT 업체들이 구글처럼 상용화 시기를 저울질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들도 엄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최첨병이며, 한 국가에 기반을 두고, 해당 국가의 영욕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SW를 놓고 가까운 미래에 국가 간 분쟁이 벌어진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매우 심각하게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쟁점들을 정리해보자. 첫째, 공개SW가 곧 비용절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부문에서 공개SW를 확대한다는 것은, 라이센스 비용을 기술지원료로 바꿔서 분납한다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며 당장 눈 앞의 비용 절감 효과만으로 구매 이후에 부담할 비용에 대해 눈을 감는 것뿐이다.

둘째, 공개SW가 외산SW에 대한 종속을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공개SW 커뮤니티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공개SW 커뮤니티는 거의 전부가 외국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더구나 공개SW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스폰서들은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이다. 따라서, 공개SW는 공개되었다는 것 뿐, 또 다른 외산SW이다.

셋째, 공개SW가 확대되면 이를 응용하는 전문가만 늘어날 뿐, 우리나라 IT산업은 원천기술 개발과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이는 장차 국가 간 분쟁의 불씨가 될 확률이 없지 않다. 혹 그런 최악의 결과를 맞지 않는다고 확신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나라는 원천기술과는 거리가 멀고 응용기술만 발달한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과 반하여 팔 수도 없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은 도외시하고서 응용기술만 넘쳐나고 발전하는 것을 국가 SW산업 발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공개SW 확산을 진정 바란다면 우선! 공개SW가 비용절감을 해준다는 환상을 버리고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그런 연후에 위에서 언급한 쟁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노력과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나와야 한다. 즉,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공개SW를 사용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시행한 후, 우리나라 IT기업들이 공개SW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공개SW 커뮤니티 참가 기업에 대한 우대와 혜택을 부여하는 등 공개SW 개발 참여를 권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와 동시에,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공개SW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을 직접 확보하거나 전문인력과 전문업체 양성을 지원하는 장치와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공개SW는 SW비즈니스의 여러가지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다. 공개SW를 확대하겠다는 것보다는 다양한 SW비즈니스가 가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사실상 라이센스 방식 외의 SW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된 적이 없다. SW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① 월단위 이용 요금을 과금하는 방식, ② 라이센스를 구매하고 별도의 유지보수 계약을 맺는 방식, ③ 리스나 렌탈하는 방식, ④ 온라인 판매와 설치 방식, ⑤ 광고료 기반의 프리웨어방식이나 ⑥ 조건부로 사용하는 쉐어웨어 등 다양한 SW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일이다. 다양성 위에 창의성이 발현되고, 다양성과 창의성이 비용도 절감해주고, 외산SW에 대한 종속 문제도 해결하고, 우리나라 SW산업발전도 이뤄내는 열쇠가 되어 줄 것이라고 확신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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